야구팀이 몇 명인지 알아요?
두산 팬인 친구를 둔 덕분에 요즘 야구 직관 다니는 재미에 눈을 떴다.
두산 타자가 공을 멀리 멋있게 쳤는데 왜 두산 팬들이 실망하지? 념념, 닭강정 맛있군.
공을 왜 타자한테 안 던지고 1루에 있는 자기 팀한테 던지지? 만두 맛있군.
2024년부터 이러고 있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야구장에 데려가 준 친구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드디어 왜 멋지게 멀리 날아간 공의 궤도를 보고 팬들이 탄식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왜 냅다 1루에 던지는지도 알았다. 얼마 전에는 두산 유니폼도 샀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드디어 야구가 한 팀당 9명이라는 걸 알았다. 와! 큰 거 배웠다!
근데 이건 친구가 알려준 게 아니라 "너 근데 한 팀에 몇 명인지는 알지?"라는 질문에 "열...두 명...?"이라고 답했더니 형수님 영상을 보내줘서 그거 보고 배웠다.
아 되게 많아 보였는데 12명이 아니었구나? 무슨 종목이든 몇 명이냐고 물으면 원래 일단 12명이라고 답하고 본다. 근데 대체 무슨 종목이 12명이지?
새로 산 새하얀 유니폼을 고척돔에서 처음 입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까 뒷사람이 튀겼는지 어깨에 떡볶이 국물 같은 게 묻어있더라고? 야, 먹일 거면 입에 넣어주면 감사합니다 념념 하고 받아먹기라도 하지. 뭐던다고 남의 어깨에 먹여주고 ㅈ...
됐고. 얼룩 제거제 묻혀서 빨아도 살짝 봉숭아 물처럼 남아 있더니 햇빛에 말리니까 싹 날아갔다. 다행이다.
어제는 새로 산 유니폼 등짝에 선수 이름과 넘버 마킹을 누구로 해야 할지 정해야 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수빈으로 정했다.
"이름이 제일 예뻐서"
그런 이유로 마킹하는 사람이 어딨냐는 친구에게 "이 팀에 수빈보다 이름 예쁜 사람은 없어."라며 당당하게 계산대에서 정수빈 등짝 마킹 세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열나는 기계(?)로 마킹 붙여주는 곳에 방금 산 세트를 내밀었는데, 내미는 순간 보니까 '정수빈'이 아니고 'JUNG'이더라? 아? 나 이미 샀, 나 이미 냈. 아? 조또마떼?
수빈 어디 갔어? 왜 중(JUNG)만 줘? 이러면 정수빈을 고른 의미가 1도 없잖아.
이럴 거였으면 누구든 PARK씨나 CHOI씨를 골랐지!!
(PARK은 공원 같아서 흰색 유니폼이랑 어울리지 않음? CHOI는 그냥 내가 생각하는 제일 예쁜 영문 성이라서. 초이.)
아니 어째서 왜 이 유니폼은 등짝에 한글 풀네임 아니고 영문 성만 박아주는거죠.
수빈씨 어디 갔어!!ㅜㅜ

하여튼 그렇게 등짝에는 '중'이 박혔고, 또 뒷자리에 '남의 어깨에 먹여주는 나눔의 천사'가 앉을까 봐 무서워서 어깨에 두산 타올을 두르고 경기를 봤다.


하여튼 그렇게 종종 주말마다 친구 따라서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관람객 전원에게 두산 유니폼 나눠준다고 한 날. 비가 뚝뚝 떨어졌다 말았다 하는데 1시간을 티켓창구 오픈을 안 하고 그 많은 인파를 다 그 앞에서 기다리게 하면서 무한히 세워놓아서 좀 놀랐다.
아니 저기요. 유니폼 공짜로 줬는데 비 와서 티켓값 돌려주게 될까 봐 그렇게 겁이 나면 그냥 빨리 우천 취소를 하세요.
대체 왜 이 빗방울 떨어지는 야외에 기약도 없이 이 많은 사람을 대기를 시켜요.
근데 어차피 이거 받겠다고 미친 티켓팅 해서 여기 와서 빗속에서 무한히 서있는 이 사람들 다 두산에 티켓값 굿즈값 갖다 바치는 팬들 아님? 오늘 우천 취소해서 티켓값 물어주고, 이유 없이 유니폼 나눠준 꼴이 되더라도 결국 또 이 사람들이 그거 입고 와서 돈 쓰는 코어 팬층 아님? 유니폼 주는 게 그렇게 아까워...? 왜 안 들여보내?
요즘 KBO 붐이라더니 외국인 관람객도 점점 많아지던데 우천으로 인해 어쩌고저쩌고하는 한국어 육성 공지를 못 알아들은 그들은 계속 어리둥절해했다.
나도 어리둥절이다. 이럴 거면 왜 유니폼 증정 이벤트 했어요?
아마 비가 좍좍 쏟아지길 기다리면서 안에서 기우제라도 지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을 1시간을 밖에 세워놔도 우천 취소를 할 정도의 비는 쏟아지지 않았고 결국 티켓창구를 열고야 말았다.
그러고 나서 한참 경기 보는데 비가 좀 더 많이 주룩주룩 오길래 비옷을 입고 보다가 점점 더 많이 오고 경기도 지고 있길래 그냥 친구랑 중간에 나와서 고기 먹으러 갔다.
이미 유니폼을 줘버렸으니 오늘은 폭우가 들이붓지 않는 이상 우천 취소 절대 안 하겠구나 싶었ㅇ... 예에, 두산 화이팅!
그 무료 유니폼을 집에 와서 입어봤더니 하도 커서 원피스더라. 도저히 야구장에 입고 갈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굳이 죽어도 입겠다면 레깅스랑 입어야만 하겠는데 그렇게 입는다 해도 어깨선이 너무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크다. 어깨선이 상완 팔뚝 한중간까지 와.
난 그냥 내꺼 입을래. 중수빈 마킹 유니폼.

우이락! 이거 맛있더라. 저기서 파는 옥수수 튀김인지 볶음인지 그것도 맛있더라.

젠슨황 선생님 오신 날. 경기 왜 그랬어요. 손님 오셨는데 왜 그랬어요.
초장부터 3점 때려 맞고 그러니까 선생님이 경기 안 보고 사인회 여셨잖아요.
아니근데 생각해 보면, 젠선생님이 패요인 건가. 엔비디아 주가 떨어지듯이 그날의 두산도 정신없이 호롤ㄹ로롤 떨어진 건가.
나는 이렇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상태로 얼레벌레 야구의 맛을 보고 있다.
비디오판독 보면서 사람들이 돌았네 안 돌았네 난리가 날 때 친구에게 "도는 게 뭐야. 뭐가 돌아?"라고 소근소근 물어보면서 그렇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