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2017)> 후기
공연 보고 현실 눈물 흘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루즈했던 초반 2/3을 다 잊게 만든 건 마루타 주사씬 이후였다. 무대 디자인과 영상도 좋았고, 연기와 노래도 좋았다.

캐스트: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이선화(송문선)
*서울예술단 공연을 처음 본 자의 감상입니다.
공연 보고 현실 눈물 질질 흘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울었던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윤달쏘 보고 울었다.
나와 나타샤 보고도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울어야 하는 거냐...? 그래서 저건 지금 누가 귀신인데...?' 이러고 있었는데...

'엘리자벳' 장인 옥주현이 있다면, 박영수는 윤동주 장인이더라.
박영수 공연 처음 봤는데 왜 덕들이 슈슈하면서 좋아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공연 보기 전까지는 그냥 배우 본체가 허당스럽고 웃겨서 좋아하는 줄 알았지...육신 컨트롤 안 되는 몸짓이라든지....
사실 공연의 2/3는 루즈했다. 저 장면, 필요한가? 싶은 부분 쳐내면 20분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음. 하지만 마루타 당하는 주사씬 이후부터의 마지막 1/3 (1/4인가..)이 다 했다.
무대 디자인 좋았다.
설예단은 공연 기간이 짧아서 제작비에 돈 많이 안 들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세트가 장면마다 잘 갖춰져 있어서 놀랐다. 슈또풍으로 재공연 자주 돌린다고 해도 그 공연들의 세트는 다 어디에 보관하는 걸까. 많아 보이던데.
영상도 좋았다.
경성 거리였나... 건물들이 뒤로 멀어지는 움직임 준 것도 좋았고, 영상 움직일 때 뚜둑뚜둑 끊기는 느낌 드는 몇몇 씬 말고는 영상 느낌 자체는 다 좋았다.
그리고 설예단 공연 처음 본 나는 어째서인지 국방부 뮤지컬 <프라미스>의 군무 씬들이 자꾸 떠올랐다.
주연 배우 몇 명과 무수히 많은 앙상블이 아니라 댄서.. 같은 느낌. 노래도 가끔 하긴 하는데 군무를 위해 존재하는 수많은 멤버들..?
코러스 보다는 댄서의 느낌.
근데 정작 군무에서는 각자 다 자기 삘대로 추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안무를 함께 추는 씬에서도 힘의 강약 조절에 기준이 없고...
<영웅>의 군무씬에 감명을 받아서 만들었나, 아니면 현대 무용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싶은 느낌에다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그 삘은 안 나고 사지 퍼덕퍼덕!!!!!! 거리는 결과물이 나온 듯한 느낌적 느낌과... 안무 자체도 좀 촌스러운데 그걸 소화하는 댄서는 자기 삘에 취해서 각자 다 다른 장르를 추는 것 같은...... 하여튼 좀 그랬다.
첫사랑 이선화와 윤동주의 러브 라인이 그냥 스치듯이 개연성 부족하게 그려져서 '저 역할은 왜 있는거지..' 싶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데는 서사 충분히 썼으니 이선화 캐릭터에 쓰는 시간은 윤동주 자신의 생각과 서사를 쌓는데 써도 좋겠다.
그러고 보니까 넘버는 좋은 곡이 많았다. 특히 윤동주와 친구들이 3중창 4중창 하는 곡들은 넘버 자체도 좋았고, 배우들의 하모니도 좋았다.
박영수 배우는 기럭지가 긴 데 흐늘흐늘(?)한 이미지여서 백면서생 캐릭터에 이보다 더 적합할 수가 없다.
학문의 금자탑에 틀어박혀서 고민으로 일생을 보내고, 방에만 있어서 햇빛 못 보고, 밤에는 반딧불 모아 책 읽었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
아 근데...... 슈는 원래 ㅅ발음이 안되니.......? th발음 잘 들었습니다...다른 거 딕션 다 괜찮은데 ㅅ이 th시더군요... 근데 또 '소' 발음은 할 수 있고... 미스테리한 분이셨습니다...
발성도 좋고, 노래할 때 음색, 고음 지르는 거, 너울너울하지 않는 바이브레이션, 연기.
다 좋아. 다 좋은데 th......
다 훌륭하지만 ㅅ마다 노홍철 소환하는 것 때문에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마루타 씬부터 하도 처절하고 완벽하게 잘해서 th고 뭐고 다 잊었다. 윤동주의 시도, 그 어떤 문인의 시도, 수능 공부할 때 시험공부의 대상으로나 여겼지 슬프다 아름답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박영수 배우는 그 시로 날 울렸다. 처음으로 시에 담긴 시인의 마음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 표현이 슬프고 아름답다는 걸 알았다.
주사씬 전까지의 루즈함 때문에 재공연이 돌아와도 또 볼 생각은 없지만, 주변에서 '어땠냐'고 물으면 '꼭 한번 봐' 라고 말해주고 싶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곤투모로우 슈종을 볼 걸 그랬다.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