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한당> 후기

영화 <불한당> 후기

작품 개요

  • 제목: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The Merciless)
  • 감독: 변성현
  • 각본: 변성현, 김민수
  • 출연: 설경구, 임시완 외
  • 개봉: 2017년
  •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스릴러, 느와르, 형사, 로맨스, 퀴어, 피카레스크, 복수
  • 러닝타임: 120분

※스포 있음. 이거 읽지 말고 일단 보세요. 재밌어. 미리 뭘 읽고 보면 판단 기준이 생겨버리니까 ㄴㄴㄴ. 일단 봐.

미장센도 좋고, 편집도 좋고, 조폭 영화인데 너무 잔인하지 않은 것도 좋았다. 물론 기름에 튀기고 시계 망가지고 하는 장면은 귀 막고 눈 감고 있었지만 그 외의 때리고 총 쏘는 장면들은 소리만 퍽퍽 났지 그렇게 많이 잔인하지 않았다.

재호(설경구) 완전 세쿠시... 살다살다 설경구를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2017년이 오다니. 근데 이 영화에서 재호는 너무나 멋지다.

재호가 현수(임시완)를 멜로멜로하게 대하지만 현수가 그걸 그런 쪽(?)의 호감이라는 걸 읽지 못하고 가족 같은 형으로 인식하는 관계성도 좋았다. 둘이 서로 멜로멜로 했으면 그냥 보통의 퀴어 무비로 끝났겠지.

최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어머니를 잃은 현수가 "형.. 나 경찰이야.." 라고 털어놓는 순간을 재호 시점에서 뇌내 리플레이해서 보여주던 후반부 장면.

목숨도 속도 다 털어서 꺼내 보이는 것과 다름없는 그 고백 앞에서 재호는 경탄에 가까운 기쁨과 동시에 '아 ㅅㅂ.. ㅈ됐다... 어떡하지'의 상반되는 감정을 표정만으로 모두 드러냈다. 현수가 모든 패를 자기 앞에 까보이며 감겨들었다는 데서 오는 경탄. 근데 걔 엄마 죽인 게 나라는 데서 오는 때늦은 탄식.

아놔ㄷㄷ 현수한테 감긴 건 재호뿐만 아니라 나도 감긴 것 같고요.

시계 부술 겸 도장 뺏을 겸 현수가 적진 한가운데 혼자 들어가 있을 때 빨리 현장 들이닥치고 싶어 하는 재호에게 병갑이(김희원)가 "너 그 꼬마 걱정돼서 그러지?" 라고 묻던 것도 좋았다. 저게 사랑이고 보호고 멜로 아니냐. 캬..

작업하러 간 자기 애 박살 날까 봐 높으신 분이 직접 시계 풀고 현장 뛰어 들어가서 "자기야!! 내 왔데이!!!" 외치시는 참사랑.

근데 그걸 또 걍 우리 형이라고 생각하는 현수의 뇌맑음이 매우 적절하다.

그리고 임시완 외에 누구도 현수 역을 더 잘할 순 없었을 것 같다. 얼굴 좀 곱상한 젊은 남자 배우 누굴 갖다 놔도 임시완의 현수 느낌은 못 냈을 듯. 누가 누굴 감은 건지, 짝짝이 대회 때 그 임팩트 쩌는 미모, 근데 얼굴과 안 어울리는 똘끼와 패기 그런 걸로 이미 재호 형 마음에 선빵 날리고 시작한 건 현수 아니냐.

현수가 먼저 재호 마음을 빼앗지 못했으면 어머니가 아니라 현수가 죽고 끝났을 이야기다.

"너 지금 뭐에 씌인 거야, 정신 차려" 라던 병갑이 말대로 재호는 현수에게 뭐가 씌었고, 죽을 걸 알면서도 현수가 부르는 제 죽을 자리로 찾아 들어갔다. 가기만 했나, 현수 비명 소리에 귀신같이 바람같이 튀어와서 현수 조지고 있던 애 끔찍하게 죽여줬지.

처음부터 내가 널 죽여야 했다며 현수에게 총까지 겨눴지만 영혼이 텅 빈 듯 말갛게 쳐다만 보는 현수 얼굴은... 그래 내가 봐도 너무 예쁘더라. 못 쏘겠더라. 그냥 끝까지 모르지 그랬냐... 진짜 끝까지 모르지 그랬냐 현수야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

결국 재호는 알고도 제 발로 찾아가서 기꺼이 현수 손에 죽었다.

영혼까지 털어서 바친 사랑이 아니고서야 그 마지막 호출에 천하의 불한당 한재호가 현수한테 순순히 갈 이유가 뭔가.

물론 처음 만난 짝짝이 대회에서 한눈에 반한 거였다고 해도 한재호는 겨우 그런 감정에 '상황'보다 '사람'을 더 믿을 위인이 못 되는 것 같은데 왜 현수에게 그렇게까지 모든 걸 걸었고, 목숨까지도 바쳤을까.

"형, 나 경찰이야. 지금 내가 미친 짓 하고 있는 거 알아요. 형이 지금 나 죽일 수도 있는 거 알아요. 근데.." 라며 잠시 말도 잇지 못하던 현수가 그렇게 제 오장육부 다 꺼내서 자기 앞에 펼쳐 놓았던 그 순간이, 그냥 얼빠로 시작했던 재호의 감정을 진짜 애정으로 바꾸어 늪처럼 꾸덕한 점도를 더해나가게 만든 운명의 갈림길 아니었을까.

끝까지 모르지 그랬어... 현수야...ㅠㅠㅠㅠ 그냥 형이랑 약이나 팔면서 천년만년 살지.....ㅠㅠㅠㅠ

--- 📎 2017년 6월 작성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

<이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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