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킹(2017)> 후기

기대 없이 봤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나레이션이 많고 장황했지만 이상하게 집중됐다. 권력과 후회, 인간적인 약함이 다 담겨 있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한 만화처럼, 더럽고 치사하지만 진짜 같은 이야기였다. 결국 인간은 권력 앞에서 다 비슷하게 흔들린다.

영화 <더킹(2017)> 후기

작품 개요

  • 제목: 더 킹 (The King)
  • 감독: 한재림
  • 각본: 한재림
  • 출연: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 외
  • 개봉: 2017년
  • 장르: 정치, 드라마, 범죄, 복수, 블랙 코미디, 스릴러, 사회 풍자
  • 러닝타임: 134분

아무 기대도 안 하고 본 덕일까. 너무 재밌었다.

나레이션으로 설명이 난무하는, 가히 설명충 급의 연출이었으나 그 역시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생사의 기로에 선 조인성이 지나온 삶을 리플레이하며 후회하는 장면에서 그 리플레이가 엄청 길었지만 그래도 이해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너무 극적으로 보여주려다가 그 부분 분량 조절 망한 듯싶은 지루함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이해한다.

전체적으로 길이 조절 못 하고 주절주절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다.

맨 처음에 박태수(조인성)가 전략팀 구경(?) 가서 나쁜 놈 눈 감아 주라는 제안 받았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치사하고 더럽지만 한강식(정우성) 라인을 탄다는 그 권력의 손을 뿌리치고 여고생 하나 감싸자고 내 인생 그냥 월급쟁이 공무원으로 묻어버릴 수 있었을까? 2년 전의 나였다면 태수랑 똑같은 루트를 걸었을 것 같다.

떨떠름하게 센 쪽에 한 발 걸쳐놨다가 한강식의 권력 앞에서 눈에 불꽃 한번 튀고 나면 영혼까지 털어서 그의 라인에 서고자 했겠지.

박태수는 죽을 문턱에 한 다리 걸치게 되고 나서야 여고생을 등지고 권력을 택했던 그 첫 순간을 되짚으며 후회했지만, 권력맛 보겠다고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질 뻔 경험도 해봤으니 그런 후회도 할 수 있는 거겠지.

처음부터 여고생을 택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공무원 월급봉투 나올 때마다, 지방 발령으로 타지 전전할 때마다 첫 순간을 되짚으며 한강식 라인을 걷어찬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맞다고는 할 수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이 무슨 길이었을지는 상상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현실은 실전이잖아.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체 굵은 만화 같았던 작품이었다.

권력 싸움도 있고, 머리도 쓰고, 우정도 있고, 반전도 있고, 교훈도 좀 있고.

류준열 정말, 안 잘 생겼는데 까리했다. 근데 조인성이랑 친구로 설정한 건 좀 웃겼다. 류준열도 어린 나이는 절대 아니지만 조인성이랑 친구급으로 보이진 않지 않니.

김아중 캐릭터, 연기 다 멋졌다.

정우성 연기는 종종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다. 특히 초반 펜트하우스에서 역사 강의하는 씬.

나레이션을 한강식이 아니라 박태수가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대사 길게 하는 씬만 아니면 얼굴이랑 분위기가 다 했고요.

춤추고 굿하는 씬에서는 무한도전 우성이형이 생각 났다...

조인성 연기는 진짜 재밌었다. 지방 좌천됐다가 서울 올라와서 검사 선배한테 건물 편에서 욕 처먹고 눈물 고인 장면. 찌질하고 여리기도 하고, 그런 놈이 줄 잘 서보겠다고 뭣도 모르고 대장한테 빌붙었다가 끈 떨어진 연 된 기분 드는 게 눈과 표정에 다 묻어나는 데 정말 좋았다.

인생 바닥 헤매고 있을 때 지방 집 앞까지 찾아와서 차에서 딱 내리면서 놀러 가자고 하는 한강식에게 감격한 눈 그렁그렁 하는 것도 '어이구 호구야..' 싶으면서도 안쓰럽고 그 마음 이해도 가고 그랬다.

막판에 조인성이 남은 돈 다 털어서 차 사고 파크랜드 정장 빼입는 씬에서 탄성이 나왔다. 양복 재단하는 장면도 그렇고 다 맞춰 입고 워킹하는 것도 그렇고 조인성이 괜히 조인성이 아니구나 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한 남자의 일생으로 따라가며 보여주는 전체적인 흐름도 좋았다.

나레이션 주절주절은 어쩔 수 없었던 걸로 치고.

나중에 TV에서 틀어주면 또 보고 싶다.

--- 📎 2017년 2월 작성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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