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굿뉴스> 리뷰: 웃기고 짠해

작품 개요
- 제목: 굿뉴스 (Good News)
- 감독: 변성현
- 각본: 변성현, 이진성
- 출연: 설경구, 홍경, 류승범 외
- 공개: 2025년
- 장르: 블랙 코미디, 스릴러, 시대극
- 러닝타임: 136분
내 최애 배우는 설저씨(설경구)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변성현이라고 답한다.
<불한당>이 2017년 영화였으니, 변성현 감독이 이끌어준 설저씨 덕질의 세계로 들어온지도 벌써 9년째다. 그 9년간 그들은 네 편의 작품을 같이 했다.
나로써는 그저 감사한 일이다.
- 불한당 (2017)
- 킹메이커 (2022)
- 길복순 (2023)
- 굿뉴스 (2025)
2025년인 현재도 어디 가서 설경구 팬이라고 하면 아저씨들은 꼭 이렇게 얘기한다.
"아, 강철중? 키야! 설경구 연기 잘하지!"
그때마다 "아뇨 아뇨. 불한당 설경구인데요. 불한당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체 이 나라 아재들에게 강철중은 무슨 존재인가 싶어서 그냥 웃고 만다. <박하사탕>도 아니고 <오아시스>도 아니고 꼭 강철중이다.
변성현 감독이 설저씨를 예쁘게 빳빳하게 펴놓은 <불한당> 이후로, 설경구는 이전 필모와는 달리 나름 미중년의 길을 걸었다. 물론 중간중간 누구세요? 싶은 비주얼의 필모들도 있었지만 무대 인사나 인터뷰 할 때는 멋지게 하고 와서 놀란 팬심(?)을 다독이고 가곤 했다.
하도 팬미팅을 안 해서 '두 번째 팬미팅은 환갑잔치로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곤 했는데 강철중에서 미중년으로 거듭난지도 벌써 9년이 되었고 정말로 환갑이 가까워져 온다. 시간 뭔데. ㅎㄷㄷ하다.
매니저와 본인 뿐인 1인 기획사(경리 업무 보는 직원은 있나 싶을 지경이다)를 차렸으니 이제 앞으로 현장 비하인드 영상이나 사진은 바랄 수도 없게 되었다. 두 번째 팬미팅? 남북 통일이 더 빠를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의 설저씨와 소녀팬 군단을 만든 변버지의 최신작이 온다고 하니 목을 빼고 기다렸다.
근데 넷플릭스 사진과 현장 인스타 사진들이 뜨는데.... 변버지, 히거 모에요? 울 배우 꼬라지 난데스까?

하지만 예고편을 보니 이건 재밌을 것 같아! 후아후아! 감이 온다.
그리고 드디어 뚜껑이 열렸다. 역시 재밌어. 정말 매 장면마다 감탄하면서 봤다.
미쳤다. 너무 재밌다. 시간 가는 게 아깝다. 이러면서
가끔은 '뇌절....?' 싶은 느낌도 들었지만 어쨌든 이 미친 블랙코미디는 내 취향을 저격했다. <굿뉴스>가 금요일에 공개되었고 오늘이 일요일인데 하루에 한번씩 세 번 봤다.
당분간은 그냥 틀어놓고 살겠지. 잔인한 장면이 없어서 BGM으로 틀어놓기에도 딱이다. <길복순>은 그러지 못했다.... 그건 너무 무서웠어...
초반에 김성오 배우가 콕핏에서 일어를 하면서 등장하는데 너무 잘해서 놀랐다.
어느 작품이든 웬만한 배우들이 일본어 연기할 때 다들 너무 잘해서 정작 일어로 먹고 사는 나는 반성과 자괴감을 느끼지만 어쨌든 <굿뉴스>에서도 기깔 나는 일본어 연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설저씨도 작품에서 일본어 할 때마다 늘 잘한다.
김성오 배우도 설저씨도 저 정도면 이젠 그냥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외국어를 단순 암기해서 저 억양과 느낌을 대체 어떻게 낸단 말인가. 배우라는 직업은 대체 무엇인가.
비행기 납치 후에 리더 역인 카사마츠 쇼가 승객들 앞에서 마이크 잡고 자기 소개하는 장면에서 심쿵했다. 하... 나쁜 놈인데 멋있어.
그 직후에 일본 운수정무차관 역인 야마다 타카유키의 생방송이랑 교차로 나오는 연출도 좋았다.
야마다 타카유키를 <백야행> 이후로 처음 봤는데(대체 언제적 백야행...그게 20년전 드라마다) 후덕한 아저씨가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연기는 여전히 너무 잘하더라.
<굿뉴스>의 일본인 출연진들 중에서 그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웃긴 장면도 다 웃기고, 해결책이 없어서 환장을 하는 것도 너무 잘 표현했다.
하이재킹 당한 일본 비행기의 기장이 재일 교포인 부기장에게 "자네는 북한 가본 적 있지 않냐"고 묻는 장면에서 일본 유학 때 현지인들에게 종종 느꼈던 '악의는 없지만 상식도 없어서 빡치게 하는 질문'의 리얼리티를 느꼈다.
일본인들이 자주 묻는 그런 질문의 종류에는 대표적으로 이런 게 있다.
"한국에도 ㅇㅇ있어?"
편의점 있어? 콜라 있어? 등등.
"한국에도"로 시작하면, "없겠냐?"라고 답하고 싶어지는 질문들 밖에 안 나온다.
개중에는 악의를 담은 상대방도 있기 때문에 무안을 줄 것인지, 그냥 무식한 거니까 설명을 잘 해줄지도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어쨌든 그 기장은 연료가 부족하다며 일본 공항에 착륙을 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나온다. 이중주차ㅋㅋㅋㅋㅋ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거 진짜 실제로 그랬다며...?
착륙 이후에 비행기 안에서는 고래고래 난리가 났는데 바깥에서는 너무 고요한 장면이 교차로 나온다. 그 연출도 진짜 웃겼다.
항공사 회장님이 자위대 사람들이랑 티키타카 하는 것도 개웃김.
"하늘을 내 집처럼 안전하게"가 회사의 모토라고 했는데 "집에서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고ㅋㅋㅋㅋ
그리고 진짜로 일본 기업 할아버지 회장님들 다 그런 느낌으로 생겨서 등장할 때부터 놀라웠음.

그와는 반대로, 중앙정보부 부장으로 첫 등장한 류승범의 이미지와 연기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본 중정 부장들과 너무 달랐다. 특색있고 웃기기까지.
인질들이 위험하니 빨리 급유 해달라는데 미군 운운하면서 질질 끄는 것도 뭔가 무서울 정도로 리얼리티 있었다. 저건 일본도 한국도 다 저럴 것 같아.

서고명(홍경)의 영어 발음이 죽이는 와중에 중정 박부장(류승범)한테서 전화가 오고,
중정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될지 서고명의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그 장면들이 웃기다.
그게 시대의 비극이다 보니 이거 지금 웃어도 되는 건가 싶은 죄책감(?)이 드는데 어이없을無라서 본능적으로 웃김.
그리고 전화를 넘겨받은 아무개가 "아, 네 네 네" 하는데 옆에서 미군 통역이 "오우 예스 예스 예스...." "예스 예스 예스..." 이러는 것도 짧은 장면인데 실없이 웃김ㅋㅋㅋㅋ
그러고 있는 동안, 납치범 리더가 승객들에게 곧 평양에 착륙한다고 안내 방송하는데 BGM으로 아름다운 클래식이 나온다. 그 아이러니함이 너무 웃김.
한국군 전투기가 격추 시킬까봐 조마조마 하던 일본 비행기 내부 상황이 안정된 후, 조종석에 있던 기장과 부기장, 납치범 리더가 한숨 돌리면서 웃음이 터지고 마는 장면에서는 뭔가 짠했다.
죽음을 각오했으면서도 살게 된 순간에 웃음이 새어나오고 마는 젊은 테러범의 그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그와 어느샌가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만 두 기장의 인간미가 조금 서글펐다.
근데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아무개 역의 설경구가 제 4의 벽을 깨고 카메라 너머의 관객에게 말을 하는데 솔직히 그 연출은 별로 내 취향은 아니긴 했다. 아조씨, 말 걸지 마요. 몰입 깨져요 싶은 느낌...

그리고 서부극 연출도 웃기긴 했는데 내 취향으로는 그닥 좋아하는 장면은 아니긴 하다.
난 좀 뇌절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나 첫 시청할 때는 서부극에서 심판 보는 사람이 설저씨인 줄 몰랐잖아.....
두 번째 볼 때 깨달았다. 네??? 저 사람 설경구여????
어쨌든 서부극이 뇌절이라고 생각했지만, 끝에 이긴 사람이 총구를 입으로 호오오 하고 불면서 뽐내고 그게 관제실의 현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은 좋았다.
관제를 잡게 된 서고명이 아주 뿌듯하고 거만한 표정으로 나른하게 "Japanese Ride 351. Radar contact."라고 말하는 것도 좋았다. 대단한 관제사라고는 하지만 그 장면에서만큼은 애야 애ㅋㅋㅋㅋㅋ
드디어 비행기는 김포공항 착륙을 앞두게 되고, 김포의 사람들은 그곳을 평양 공항으로 가장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리고 아무개도 인민군 옷을 입고 그 연극에 참여하기 위해 걸어 나온다.
아니 근데 변버지.... 인민군 복장 입고 걸어오는 설저씨 비주얼 너무한거 아니오.
얼마 전에 <보통의 가족> 변호사 역할 하고 이럴 때의 빳빳한 모습이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인민군 장면 보고 "감독님...?" 하게 됨.
평양 공항처럼 꾸미고 북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김포의 인력들 사이로 드디어 비행기가 착륙한다. 붉은 한복을 입고 꽃 막대기를 흔들고 난리를 치는 그 장면이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는데, 그게 실제 그 당시 상황이었을 걸 생각하니 두 배로 대단했다.
평양이라고 해서 착륙시킨 건 정말 역사의 레전드임.
그렇게 겨우 착륙을 시켰는데 여기가 진짜 평양인지 의심하는 납치범이 "예스 오어 노?!!"를 오지게 묻고, 가짜 인민군이 "노..."라고 해서 다 파탄이 난다. 이거 역시 실제 역사란다.
실제로는 "히어 서울?!!!!" 이라고 물어봤는데 "예스!"라고 했대잖아... 뭐죠. 그 후덜덜한 정직함은.
한편 일본에서도 급히 정부 쪽 사람들이 김포로 날아온다.
역사를 잊지 말라면서 "임진왜란 때! 일제 강점기 때!! 이 새끼들이 쳐들어오는데" 라고 열변을 토하던 중정 부장이 하필 딱 그때 들어온 일본 관료들과 마주치자마자 "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슈"라고 급선회 해서 말을 이어가는 장면도 웃겼다.
이 새끼들이 쳐들어오느라 고생이 많으신게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온 일본 관료가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 김갑섭(박영규)을 만나자 마자 "김상"이라고 부르면서 인사하는데 비서실장은 깍듯하게 상대방에게 장관이라고 호칭하는 게 은근 빡침.
그 와중에 서고명 중위는 방금까지 중정 부장에게 쪼인트를 까여놓고도, 일본 관료들 앞에서 부장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아... 권력통 온다. 상사통 온다.
불쌍한 서고명은 페인트 칠해서 미끄럽다는 김포 공항 바닥에 몇번이고 자빠지는데...
그 반복 장면들이 왜 있는 건지 솔직히 이해를 잘 못 했다...
그리고 "내일의 죠"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아스카(납치범들 중 여자 멤버)가 리더 덴지를 칼로 찔렀는지 이해 못 함. 세 번을 보고도 이해 못 함. 하하하하.
서고명에게 비행기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이 진짜라고 믿게 하고, 타임리밋을 걸기 위해서인가?
김포에 착륙해있는 비행기 속 납치범들과의 대치 상황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속이 타는 일본 차관이 박부장(류승범)에게 어떻게든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일갈하자 박부장이 대답한다.
"지금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 말에 차관의 인내심이 날아간다. 기도? 기도오오???!!!
빠가야로!!!!를 외치며 뛰쳐나간 차관. 빡침을 식히러 들어온 혼자만의 공간에서 올려다 본 하늘, 그리고 태양.
잡을 곳도 매달릴 곳도 없는 그는 이내 두 손을 꼭 모아쥐고 고개를 숙여 중얼중얼 빠른 기도를 시작한다. 정확한 대사도 들리지 않고 자막도 나오지 않는 그 장면.
하지만 그 절박한 공기만은 화면을 통해 너무나 잘 전해졌다.
그래, 이게 야마다 타카유키지.

빠가야로라고 해놓고는 정작 자기도 기도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만 아무개 앞에서 불같이 화를 내지만 결국 "너무 화가 납니다"라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무력감.
모두가 '누구에게 이 일의 책임을 씌울지'만 궁리하는 중에 예고된 비행기 폭파 시간은 가까워져가고, 단 두 명만이 책임 소재가 아닌 행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테러범들을 설득하고 승객들을 구하고 싶어서 비행기를 향해 달려가는 서고명.
승객들을 대신해서 나를 인질로 데려가라고 연락하는 일본의 차관.
결국 승객 수 십 명과 차관 한 명을 같은 값으로 교환한 '평등하지 못한' 공산주의 테러범들은 인질들을 풀어주었고, 한국의 뉴스는 "우리 정부의 각고한 노력으로" 그들이 풀려났다고 보도한다.
누구의 노력이요?
서고명 하나를 제물로 바치려고 책임만 찾아대던 분들이 정부 아니었나.
난 예고편만 보고 꼬꼬무를 안 봤었기 때문에 김포 공항에 착륙시키고 거기서 납치범까지 전원 다 내린 줄 알았다. 진짜 북한 간 줄 몰랐어서 후반부 보면서 "어디 가??? 진짜 가??"이러면서 찐으로 놀람.
북한으로 보낸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미국과 소련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은 북한과 대립각을 세울 수 없게 되고, 북한 관제 쪽과 맞서서 일본 비행기를 김포로 유도 착륙시킨 서고명의 활약은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 입막음 당하고 만다.
서고명의 아버지는 6.25에 참전하여 두 다리를 잃고도 대통령이 내려준(심지어 직접 준 것도 아닐) 시계 하나를 받고 자랑스레 여겼는데, 그 애를 쓰고도 아무도 모르는 달의 뒷면의 진실 같은 게 되고 만 서고명의 손에도 대통령 시계 하나만이 주어진다. 대통령도 아니고 아무개의 손을 통해서.
서고명은 그 시계 상자를 열어보고 허탈한 웃음과 동시에 눈물을 보인다.
이와 달리 일본으로 귀환한 차관과 기장, 부기장은 국가의 영웅이 된다.
한국은 진실을 달의 뒷면에 감춰버렸지만 그래도 서고명은 "달은 달이야"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아무개가 수 차례 던졌던 트루먼 셰이디의 명언을 읊조린다. 그마저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가짜 명언이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서고명에게는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름처럼 높이 명성을 날려 고명해지길 바랐던 서고명은 달의 뒷면에 감춰져서 아무도 모르는 아무개가 되었지만, 호적도 없이 박부장의 뒷일을 봐주며 살던 아무개는 드디어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증 한 장을 얻었다.
하필이면 고명이라는 이름으로.
서고명은 역사와 국민들 앞에 이름을 남기진 못했지만 누군가의 평생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굿뉴스>는 블랙 코미디이면서 동시에 시대극이고, 한 사람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지워지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웃기다가도, 문득 마음이 쿡 찔린다.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사람들, 진짜 미쳤다. 그리고 너무 잘한다."

이제 변감과 설저씨는 다음 작품을 같이 하려나 안 하려나.
같이 하는 작품을 보려면 또 몇 년을 기다리게 될까.
그래도 괜찮다.
그들이 만든 세계라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설저씨의 <굿뉴스> 인터뷰

변성현 감독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