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장> 후기

작품 개요
- 제목: 분장(Lost to Shame)
- 감독: 남연우
- 각본: 남연우
- 출연: 남연우, 안성민, 홍정호 외
- 개봉: 2017년
- 러닝타임: 103분
<줄거리>
꿈은 멀고 하루는 길기만 한 무명의 연극 배우 송준.
미래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소수자 연극 <다크라이프>에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자신의 성정체성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송준은 성소수자 모임에 참석하고 클럽에 출입하는 등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미처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쉽게 마칠 수 없는 삶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
※스포있음
무명 배우가 어려운 역을 맡고 현실 문제 겹면서 멘탈 불안정 때문에 주변 사람 다 박살 내는 스토리... 라고 요약하면 너무한가.
남연우 감독, 남연우 주연이다.
주연인 송준 역뿐 아니라 모든 역의 배우들이 다 진짜 현실 세계에 있는 사람 그대로 데려다 쓴 것처럼 연기해서 더 감정이입 하면서 볼 수 있었다. 배우들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주인공이 연극에서 성소수자 역을 맡으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뮤지컬 '헤드윅'이 떠오르기도 했다.
송준은 성소수자들을 이해한다며 반대 입장인 친구와 다툼을 벌일 정도로 자신이 맡은 배역에 감정이입했고 그들의 편에 서서 당당하게 굴었지만, 자기 가족이 바로 그 소수자에 속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누구보다도 무섭게 응징을 해서라도 멈추려 든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뿐'이라며 성소수자 편을 들던 그가 무용하는 동생의 다리를 아작을 내놓을 정도로 이성애자 이외의 길을 막아서고자 하는 아이러니와 위선은 스스로를 잠식하고, 원래도 눈치가 없고 내면세계 탐구에 쓸데없이 탐닉하던 송준은 자아붕괴로 정신줄을 놓는다.
친구 우재와 극 중 연극 '다크라이프'의 연출님이 등장했을 때, 진짜 첫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저 사람 남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이나가 말하듯이 여자 톤으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묘함이 있었고,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정말 그 둘이 그런 역인 걸 알았을 때 '여자처럼 말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뭐에서 그런 느낌을 정확하게 심어준 거지?'라는 놀라움반 궁금증반의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그 '뭐라 딱 잘라 설명 못할 한순간의 묘함'을 연기로 캐릭터에게 입힐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무겁고 다크하고 내면세계 탐구 이런 거 좋아하면 추천하는 영화다. 보면서 생각이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영화였다.
나는.. 사람은 온전히 남을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100% 타인의 편이 되어줄 수도 없는 존재라고 본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종종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들고(자주 들지 않는 게 어딘가), 내가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어떻게 남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자신할 수 있겠나. 그건 '이해'가 아니라 '공감' 혹은 '격한 공감' 정도 아닐까.
공감의 감(感)은 감정의 감(感)이다.
감정은 물과 같이 변하고, 지금의 공감은 내일의 몰이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1부터 10까지 감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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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우 감독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