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후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작품 개요

  • 제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 감독: 빅터 플레밍
  • 각본: 시드니 하워드
  • 출연: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레슬리 하워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외
  • 개봉: 1939년
  • 장르: 드라마, 역사, 로맨스
  • 러닝타임: 3시간 53분

세 문장으로 줄거리 요약

1) 생존력 만렙의 존예 여자가 능력치 제로의 십선비 동네오빠 덕질을 너무 오래, 너무 심하게 한 결과 남편이 멘탈 갈림
2) 정작 동네오빠 부인이 죽으면서 여주인공한테 '내 남편 요로시꾸' 한 순간 덕심 식음
3) 남편이 최고인 걸 깨닫고 빌었지만 아내의 덕질에 질려버린 남편이 '아몰라ㅗㅗㅗ' 하고 나가버림


인터... 인터미션까지 해서.... 네 시간을... 봤다.......... 두 발로 들어갔다가 네 발로 기어나오는 줄 알았다.......... 뭔가... 인생의 큰 과업 중 하나를 해낸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는 너무 재밌는데 물리적인 러닝타임이 길어서 정신력을 많이 필요로 했다...... 집에서 봤으면 절대로 끝까지 못 봤을 거다. 난 집중력이 발바닥에 붙어있어서 영화관에 가둬놓고 불빛이라고는 스크린 밖에 없어야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감상

193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을 일인가...

1부에서 남북전쟁이 남부의 패전으로 기울고 있을 때 레트와 스칼렛 일행이 마차를 타고 피난(?)을 가는 장면이 있는데 블록버스턴줄 알았다. 옛날 영화라서 전쟁 장면이라고 해도 피식 웃음 나올 정도의 빈약한 연출이겠지 했는데 뭐 건물 하나 폭파될 때마다 폭도가 된 사람들이 마차로 달려들 때마다 극중 스칼렛보다 객석에 앉아있는 내가 더 쫄았다.

인상 깊었던 장면도 대사도 너무나 많은데 1부에서는, 초토화된 고향집 밭에서 손가락만 한 무를 뽑아 먹던 스칼렛이 생존력 만렙을 찍는 절정의 순간에 석양 앞에 서서 피끓는 절규로 다시는 배고프지 않겠다고 외치는 마지막 씬.

As God is my witness, I'll never be hungry again.
신께 맹세할 거야. 다시는 배고프지 않겠어.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 살인을 해서라도 다시는 나도 내 사람들도 굶주리게 하진 않을 거라고 비통함과 분노를 토해낸 스칼렛은 2부에서 정말 자기 맹세를 현실로 구현하는 수완가로 성장한다.

남부의 패전 상황 속에서 타라의 여자들은 다들 찡찡거리고 백인 남자라고 하나 있는 애슐리는 생존력도 능력도 없는 10선비의 면모를 뽐내는 바람에(심지어 도끼질도 똑바로 못한다...) 스칼렛은 자기 가족과 죽은 남편의 누이 부부의 가장이 되는 것도 모자라서 원한 적도 없는 동네 상이군인들까지 먹여살리게 된다.

역시... 일을 잘하면 일이 는다는 것은 남북전쟁 시대에도, 현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나 보다.

업무 능력과 생존스킬 방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여동생 남친도 가로챌 정도로 수완가이다 못해 쏘패에 가까울 지경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스칼렛이지만, 그노무 '사랑'에 있어서는 10대 소녀팬 덕후 같은 면을 오래도 유지하다가 남편 레트가 학을 떼고 떠나게 만들어버린다.

극중 스칼렛이 애슐리를 좋아하는 건 이미지로 보나 둘의 비주얼로 보나, 얼짱 여고생이 학교 노총각 국어 선생님에게 꽂혀서 쫓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애슐리는 부인인 멜라니와 성격이 비슷했고, 스칼렛은 레트와 비슷했는데 스칼렛이 동족혐오! 극혐!! 하는 바람에 결혼까지 너무 오래 걸렸지...

스칼렛에게 물심양면으로 영혼의 바닥까지 탈탈 털린 레트 버틀러가 그녀를 떠나겠다고 통첩하고 대문을 나설 때가 되어서야 스칼렛은 그를 붙들고 늘어지며 그럼 나는 어쩌냐고 애원하지만, 그때 레트가 마지막으로 내뱉고 떠나는 대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솔직히 그건 내 알 바 아니오

워낙 유명한 대사니까 알고는 있었는데 매사 느물거리던 멘탈최강자 레트까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은게 아니라 오히려 결혼 후에 본격적으로 스칼렛의 헬게이트를 맛보고 정신이 너덜너덜해져서 (도끼눈을 뜨는 것도 아니고, 미간을 구기는 것도 아니고) 이젠 정말 다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마지막 말을 투욱 뱉고 가버리는데 '아 저래서 저게 그렇게 유명한 명대사구나...' 라고 온마음으로 깨달았다.

근데 그 직후에 실의에 빠져 쓰러져 울던 스칼렛이 또다시 생존력 만렙의 눈을 치뜨며 고개를 들고, 고향 타라로 가서 레트가 돌아오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야겠다고 열정을 불태우며 마지막으로 말한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캬....... 정말..... 멘탈 쩔구요..... 생존력 만렙을 넘어섰구요......

스칼렛

영화는 저렇게 막을 내리지만 스칼렛의 다음 덕질 대상이 레트가 되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국 백퍼 레트를 다시 데려오고도 남았을 거다.

아, 그러고 보니 마지막 장면에서 울고 있는 스칼렛에게 들리는 환청(?) 중에 계속 땅에 집착하는 소리 들으니까 펄 벅의 대지가 생각났다.

​'대지' 처음 완독했을 때 책장 덮고 나서 오만가지 감정 다 들던 그 충격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네 시간 달리고 나서 네 발로 기어나오던 순간의 감정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 정말 인생의 큰 과업 하나 마쳤다.

--- 📎 2017년 11월 작성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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