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후기
실화 바탕의 입시 공부 영화지만, 청춘의 열정 대신 답답한 가족과 조연 캐릭터의 극악함이 더 눈에 띈다.

※스포있음. 의식의 흐름 주의
평생 공부라고는 안 한 날라리 여고생이 명문 사학 게이오 대학을 목표로 설정한 후, 죽어라 공부하는 이야기.
일본 원제는 비리갸루(ビリギャル).
'열정 에네르기 충전 좀 받아보자' 해서 고른 영화.
일본 영화나 드라마가 그런 거 잘하잖아요. 기승전교훈으로 끝나고, 청춘들이 자유로우면서도 막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거 보면 막 시청자인 내 마음에 열정뽕이 차오르는 그런 거.
이 영화는 실제로 게이오 대학에 들어간 날라리 소녀의 경험담을 실화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이거 보고 열정뽕 차올랐다는 후기글 많던데 난 그냥 그랬다...
일본이 한국보다 여성 인권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 아버지 캐릭터가 너무 극악했어.
희생과 포용은 다 어머니가 할 테니 아버지는 나중에 갑자기 개과천선 하면 다냐.
엄마와 딸들을 벌레 이하처럼 여기던 아빠가 이젠 아들을 개잡듯이 패고 있을 때, 뒤에서 엄마가 소리 없이 야구 방망이를 들어올리길래 드디어 저 엄마가 참다 참다 아버지를 때려죽이는구나... 싶었다.
머리통이 아니라 버스 유리창 두들겨 깨면서 (그것도 유리 딱 한 칸) 말로만 빼애애애애액 할 줄이야.
하긴... 여기서 엄마가 아빠를 때려죽이면 영화 장르가 청춘물이 아니라 서스펜스로 바뀌나.
번역하기 어려운 다쟈레(말장난)도 꽤 있었지만, 그런 건 그렇다 쳐도 자막 번역이 너무 자기 마음대로인 부분들이 있었다.
영화 자막의 글자수 제한에 맞추기 위한 것인가... 라고 쉴드를 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번역들도 있었고.
류('용'의 일본어 발음) 뭐시기 얘기로 말장난 하는데 자막에 '류승룡 팬'이냐고 했던가?
번역가의 깊은 고뇌와 결국 '적절하게 번역하기에 실패'한 현장을 지켜보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이해해. 이걸 한국말로 뭐라 번역하겠어. 거의 뭐 용이 류승룡 물고 승천하는 것 같은 난이도네. 이해해...
어쨌든 이 영화에서 마음에 안 든 점은
1) 초반 늘어짐과 아버지 캐릭터의 극악함 (선생 캐릭도 쓸데없이 극악함. 교사가 아니라 무슨, 조직원 처단하는 야쿠자인줄)
2) 넘나 자유로운(누가 컨펌했냐고 묻고싶은) 자막 번역
이다.
아리무라 카스미가 풋풋하고 귀엽긴 하더라.
막판에 자면 안된다느니 하는 셀프 회초리질 문장이랑 영어 단어들을 온 방 안에 도배해놓고 밤을 새다시피 공부하고 수험에 임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해졌다. 주변에 훌쩍거리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
하지만 그 중요한 시험 직전에 캔커피 마시는 패기 보소.
역시 결국 저런 부분의 상식은 못 키운 빠가인가....
긴장되는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카페인, 유제품 이딴 거 함부로 ㅊ드시면 안돼요...
그래도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끄트머리 1/4의 감동을 맛보기 위해 3/4을 참고 견딘 기분이었다는 건 비밀이다. (과연 비밀인가)
끝나자마자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크레딧 올라가는 동안 출연진 뮤비가 같이 나온다는 이유로 극장 불을 안켜줘서 사람들이 다 같이 강제 뮤비 관람을 했다. 나를 내보내줘!! 쟤 대학 붙었으니 난 이제 그만 여기에서 나가고 싶단 말이다!!
그냥 딱 일본 SP(스페셜) 드라마 정도의 구성. 연출. 흡입력.
열정뽕도 1/4 밖에 차오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