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골드의 도시> 후기

다큐 영화 <골드의 도시> 후기
포스터

퓰리처상을 수상한 음식 평론가 조너선 골드를 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LA의 음식을 통해 도시의 발전과 변화, 이민자들의 삶, 평론가로서의 자신의 삶까지 모두 아우르는 다큐멘터리.

올해로 세 번째 개최를 맞이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2017의 상영작 중 하나다.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 누군가는 이를 개최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일들을 실행해 왔기에 나 같은 관객은 7천원의 관람비만 내고 룰루랄라 가방만 달랑달랑 들고 가서 국내 미개봉 작품을 편안히 보고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많은 영화들을 적은 회차로 서너 번 정도 상영해 주는데 공식 홈페이지에도 각 영화의 예고편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하나하나 찾아봐야 했던 게 좀 아쉽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첫째 기준이 '예고편이 재밌어 보이나?'이기에 열심히 찾아보았다.

음식 평론가라는 직업으로 커리어와 덕업일치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주인공.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사는 가정에서 자라고, 오랫동안 첼로를 연주해 왔으며, 한때는 락 음악에 심취했었고, 처음부터 음식 평론을 하면서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온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론 음식 평론으로 퓰리처상을 탈 정도로 거하게 한 획을 그었다.

미국 내 한인타운의 한국 음식이라면 아마 진짜 한국인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골드 아저씨는 한국뿐 아니라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온갖 나라의 음식을 섭렵하며, 그곳에서 온 이민자들의 삶의 이면까지 이해하고 글에 녹여내려 애를 쓴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점에도 딱 한 번만 가보고 쓰는 게 아니라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17번까지도 가보고 쓴다는 말에 '저건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룬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딱 봐도 요상한 맛일 것 같은 소스를 들이부어서 먹고, 바퀴벌레처럼 보이는 메뚜기 튀김인지 조림인지를 먹으며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곤충식(食)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새삼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음식들이 있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요즘은 굳이 어떤 나라에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온갖 나라의 미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찌나 맨날 가는 가게만 가고, 맨날 먹는 메뉴만 먹는지. 정통 쌀국수집이라는 곳에 가서도 "고수 빼주세요"라고 그 나라 음식의 개성을 죽이고 칠리소스를 국물에 풀어 해장국스럽게 만들어서 내 토종 입맛용으로 개조해 버리는 건 기본이다.

이 다큐를 보면서, 난 음식에 대한 경험이 적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느껴볼 마음도 전혀 열려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은 그렇게 많고 많아서 매일 같이 종종거리고 다니면서 왜 '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기준도 가져본 적이 없을까.

천천히 하나씩 세계 음식 도장 깨기를 해봐야겠다. 아마 대부분이 입에 맞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식당들이 영업하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태어나서 한식/중식/일식/이탈리안의 로테이션만 하다가 가는 건 너무 아깝다. '먹어본 적도 없음'과 '먹어봤는데 맛없음'의 선택지가 있다면 후자를 택해봐야겠다.

--- 📎 2017년 11월 작성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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