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조수황의 ‘雪裏春風(설리춘풍) : 만정제 춘향가’ 후기

돈화문 국악당에서 본 공연인데 좋았다. 급식일 때 학교 행사로 끌려가서 본 거 말고는 어른 된 후에 내 돈 주고 내 발로 판소리 보러 간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정말 좋았다.

그리고 꽤 컬쳐쇼크문화컬쳐이기도 했다.

판소리 하는 중간중간에 관객들이 "얼쑤" "잘한다!" "음↘흠↗(?)" 이런 추임새(?)를 넣는데 아마 일본 가부키의 카케고에 같은 개념인 것 같았다. '아이고 잘한다' '니가 잘해서 내가 신난다' 라는 마음을 담은 응원의 음성...?

초반에는 객석에서 다들 똑같은 타이밍에 카케고에(국악에선 이걸 뭐라고 부르나 모르겠다...) 터질 때마다 웃음이 터져서 참느라 고생했다. 앨리스도 아니고 무슨, 이상한 세계에 빨려 들어온 기분마저 들었다. 다들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똑같은 곳에서 반응하는데 대체 뭘 기준으로 무슨 타이밍에서 외치는 건지 결국 '룰'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신기방기할 따름...

아이돌 콘서트 갔는데 다 똑같은 타이밍에 뭐라뭐라 응원구호 외치는데 그 속에서 '이...이게 뭐지...?;;;'라며 혼자 아무것도 못 따라하는 렌탈보릿자루가 된 기분.

그리고, 듣기에 아주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가사를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한국말인데 뭔 소린지 모르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보는 그 나라 사람들도 그거 보면서 '내 나라말인데 반도 못 알아듣겠군...' 하는 걸까?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판소리에도 대사(레치타티보)와 가사가 있던데 대사 부분은 그나마 현대 한국말이라서 알겠는데 노래 시작했다 하면 가사는 절반 이상 이해가 안 갔다.

오페라처럼 자막... 자막을 구다사이!! 싶었지만 객석에서 판소리 뉴비는 나뿐인 것 같아서 원래 이런 건가보다 그런가보다...

공연 보면서 '저건 악보가 없이 그냥 구전으로만 배우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걸 어떻게 악보로 표현을 하냐.

악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듣고 익히는 걸로만 배울 수 있는 음악이라니.. 무협소설의 비기(秘器) 같다. 멋지다.

이거 듣고 가세요. 판소리 1도 모르는 내 막귀에도 이건 잘하는 거야. 좋은 소리야.

저거 보면서 '가사 다 알아듣겠는데?' 싶으면 자막을 안 보고 들어보세요. 자막 없이 그냥 쌩으로 들으면 몰라... 모른다니까.....

어쨌든 이 공연을 계기로 판소리에 좀 더 관심이 생겼다. 역시 모든 나라의 전통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

푱챵올림픽 개회식에서 정ㄱㅜ호 슴샘님이 쩌는 전통의복 비주얼로 이런 거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버럴 난타 슴샘님이 다 잡아먹었다.

남녀노소 수백 명 나와서 말춤 추는 꼴은 안 보게 해주셨으니 푱챵 방향으로 절이라도 한번 해야 하나.

정권 바뀌면서 문화계 헤드들 칼바람에 우수수 날아갈 때 같이 날아가려나 했는데, 감도 없고 비리도 없었던 건지 아무 일 없이 잘만 붙어계신다. 환장.

--- 📎 2018년 2월 작성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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