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후기
30초의 엄태구를 보기 위하여.... 나는 2시간반의 고구마 파티를 해야 했나 보다....

작품 개요
- 제목: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 감독: 장훈
- 각본: 엄유나
-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치만, 유해진, 류준열 외
- 개봉: 2017년
- 장르: 드라마, 가족, 모험, 시대극, 로드, 버디, 블랙 코미디
- 러닝타임: 137분
※너무나 취향에 안 맞는 영화였다...
아아...... 30초의 엄태구를 보기 위하여.... 피곤한 육신을 영화관에 끌어다 앉혀놓고 나는 2시간반의 고구마파티를 해야 했나 보다....
중반까지 루즈하다. 누가 제발 빨리감기 좀 눌러줘!! 오른쪽 방향키 좀 연타해줘! 살려줘!!! 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광주까지 가는 동안에도 얼마나 세월아 네월아 가는지...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외지인/손님/비참여자였던 송강호와 외신 기자가 무법천지인 아수라장 안에 깊이 휘말리기 까지는 또 얼마나 네월아 오월아.....
송강호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송강호표 소시민 연기. 유해진도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유해진.
송강호 아저씨는 '밀정' 때 좋았는데 소시민 연기하니까 본 책 또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류준열 등장했을 때 새삼 또 놀랐다. '와... 진짜 옛날 사람처럼 생겼다...'
만섭(송강호)이 자기 딸과 싸운 상구를 혼내준다며 주인집에 가서 문을 쾅쾅 두드리니 남자아이와 그 애 엄마가 나왔는데,
엄마가... 오! 천팀장님!!

천팀장님(영화 불한당)=배우 전혜진=상구엄마
천팀장님 보니까 불한당 생각나면서 '택시운전사'의 루즈함이 더 심한 타격으로 다가왔다.
※이하 스포. 엄태구 보려면 이 영화 보시고, 아니면 말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엄태구 보려면 이 양반들이 서울 다시 갈 때까지 있어야 한다 이거잖아...? 아이고....
근데 이 외신기자 아저씨는 왜 감정연기의 고저(高低) 진폭이 이렇게 좁냐. 갓김치 먹고 매울 때가 제일 감정연기 파고 높은 순간 아니었냐.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꾹 다문 입술과 약간의 팔자 눈썹... 통역이라고 끼고 다니던 애가 시체가 되어 누워있는데도 그 모든 정신적 데미지를 자기 고치 안에 품겠다는 누에처럼 자기 안에 꽉 끌어안고 밖으로 풀어놓지 않는 답답함.
차라리 같이 오열이라도 하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인간적인 두려움도 표출하고 하면 좋으련만...
초반에 노 광주 노 머니!! 할 때가 제일로 화낸 거 아니었나.
유명한 배우라며, 이게 맞아?
갓김치 파티에서 류준열 노래하고 하하호호 난리 떠는 거 보면서 '사망플래그 참 정성들여 꽂네. 빨리 감기 좀 해달라고!!!!!!!' 라는 내적 분노를 느꼈다. 연출 촌스러워. 스토리 전개도 답답하고 촌스럽다. 그 와중에 악역 아저씨(사복 경찰)는 먼치킨이다. 아 속터져.
언제 서울 가냐!!!!!!! 언제 엄태구 나오냐고!!!!!!!!!!
드디어 지지부진 질질 늘어지던 광주 타임을 끝내고 서울로 도망 가는데 좀 전에 총격전에서 타이어 터지고 개박살 났던 택시들이 쌩쌩하게 지원군으로 달라붙어서 카 체이싱하는 거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 체이싱 장면은 울라고 만든 건지, 스릴을 느끼라고 만든 건지, 그냥 유해진과 광주 택시 아저씨들 출연 분량 늘려주려고 만든 건지.
슬프지도 않았고, 스릴도 아니었으며, 그냥 빨리감기 버튼에 대한 깊은 절실함과 갈망만 안겨 주었다.
누가 제발 빨리감기 버튼 좀!!!!!!!!!!!!!!!!!!!!!

엄태구 나왔을 때, 월급날 만큼이나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악역 아닌 거 이미 알고 간 거라서 쫄리는 긴장감은 1도 없었다만은, 그래도 연기하는 거 보기만 해도 좋았다.
서울 번호판 찾았을 때의 눈빛, 보내주라고 하는 목소리랑 말투. 모두.
아아 내가 이 30초를 보려고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젠장..... 너무 지루했어...... 너무 긴 인내와 고통, 아니 곶통의 시간이었다.

